
전시장 들어가자마자 “아, 이건 그냥 산 그림 보러 오는 전시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멈춰 서게 되는 전시였어요.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시라서 규모도 꽤 크고, 분위기도 묵직했거든요. 회화만 덩그러니 있는 전시가 아니라 부조, 사진, 드로잉, 아카이브까지 170여 점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보고 나면 머릿속에 “유영국이 왜 산을 평생 붙잡았는지”가 꽤 선명하게 남았어요.
무료 전시라는 점도 의외였고요. 평일인데도 개막 초반부터 사람이 많았던 이유가 있더라구요. 제목은 고요한데 작품은 전혀 조용하지 않은, 그런 전시였어요.
전시 기본 정보와 첫인상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알아두면 좋은 건 전시 자체가 꽤 길게 열려 있다는 점이에요. 기간은 2026년 5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이고,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과 로비예요.
관람료는 무료라서 부담이 적고,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금요일은 야간개장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려요. 월요일은 쉬는 날이라 헛걸음만 안 하면 좋겠더라고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 시리즈의 첫 프로젝트라서 시작부터 의미가 남달랐어요. “첫 회고전” 같은 느낌보다,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자체를 한 번 묶어서 보여주는 자리 같았거든요.
저는 이런 문화 전시를 갈 때 동선 감각을 같이 챙기는 편인데, 전시 전후로 서울 도심 산책 코스를 붙이면 하루가 훨씬 덜 피곤하더라고요. 미술관 관람이랑 이어서 움직일 일정이 있다면 이런 글도 같이 보면 도움이 돼요.
입구에서부터 생애 연보가 먼저 보이는 구성이 좋았어요. 그림을 보기 전에 작가의 시간부터 짚고 들어가니까, 단순히 색과 면만 보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산이 나왔는지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몇 점을 보고 나면 바로 알게 돼요. 유영국에게 산은 풍경이라기보다 거의 평생의 문장 같은 거였거든요. 형태는 단순한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되고, 색은 강한데 시끄럽지 않아서 묘하게 끌렸어요.
특히 전시 초반부는 1964년, 그러니까 첫 개인전을 기준으로 시간을 역행했다가 다시 순행하는 식으로 짜여 있어서 머리가 한 번 더 움직이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냥 연대순으로만 훑는 전시보다 훨씬 기억에 남더라고요.
처음 관람할 때는 “산이 이렇게까지 추상으로 갈 수 있나?” 싶었는데, 잠깐 보고 지나치기엔 디테일이 너무 많았어요. 색면의 경계, 곡선의 리듬, 직선이 끊어지는 지점마다 작가의 호흡이 보이더라고요.
유영국 생애와 산의 의미
유영국은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났고, 1935년 일본 도쿄 문화학원 유화과를 졸업했어요. 그 시절 문화학원의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 러시아 구성주의 같은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흡수했다고 하더라고요.
1943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해방과 한국 전쟁을 지나면서 약 10년 가까운 공백기를 보냈고,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작업을 시작했어요. 삶의 흐름만 놓고 보면 굴곡이 꽤 큰데, 작품은 오히려 그 시간을 정리하듯 더 단단해져 있었어요.
유영국이 산을 본격적인 모티프로 붙잡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라고 해요. 자연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내면의 심상을 추상이라는 형식으로 바꾸면서 산이 점점 현실의 산에서 마음속 산으로 옮겨가더라고요.
전시장 한쪽에 놓인 연보, 사진, 리플릿, 잡지 같은 자료들을 보면 작품만 봤을 때보다 사람이 더 또렷하게 보여요. 그림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긴 시간의 생활 습관과 태도에서 나온 거였구나 싶었거든요.
특히 유영국은 교수직도 마다하고 매일 작업실을 오가는 단순한 일상을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태도가 작품의 절제된 힘으로 이어진 것 같았어요. 화려한 말보다 꾸준한 작업이 더 큰 서사를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어요.
“설명이 요구되는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도 인상적이었어요. 전시장에 서 있으면 그 말이 꽤 잘 이해돼요. 다 말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오래 남는 그림이 있잖아요.
중간부터는 색이 훨씬 깊어져요. 블랙 바탕이 깔린 작품들 앞에서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고, 눈도 괜히 가까이 갔다 멀어졌다 하게 되더라고요.
유영국의 초기 작업은 직선과 기본 도형의 긴장감이 강한 편이고, 시간이 갈수록 수평과 곡선이 부드럽게 풀려요. 산이 거칠었다가 점점 밝고 화려하고 부드러워진다는 후기들이 왜 나오는지 실감했어요.
이 변화가 단순한 스타일 변신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림마다 감정의 온도가 분명하게 달라서예요. 같은 산인데 어떤 작품은 밤이고, 어떤 작품은 새벽이고, 또 어떤 작품은 고요한 낮 같았어요.
회화 전시를 좋아한다면 작품 밀도나 동선짜는 감각이 비슷하게 연결되는 글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시를 한 번에 다 소화하기 힘들 때는 이런 식으로 관람 감을 잡아두면 편해요.
전시실 안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는 구간은 확실히 중반 이후였어요. 특히 미공개작이 섞여 있어서, 익숙한 유영국을 보러 왔다가 처음 보는 표정의 유영국을 마주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유영국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색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강렬한 색채를 쓰더라도 배열과 대비가 안정적이라서, 화려한데도 전혀 산만하지 않았어요.
작품 제목이 대부분 Work처럼 단순하게 붙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관람자가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 이 산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왜 이 색이 여기 들어왔는지, 스스로 해석하는 재미가 컸어요.
아내가 작품 속 초록색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생각한 것으로 생각하라”는 식으로 답했다는 일화도 떠오르더라고요. 답을 정해주지 않는 태도가 이 전시 전체와도 잘 맞았어요.
도슨트와 오디오가이드 활용법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제대로 보려면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를 같이 쓰는 게 훨씬 좋아요. 추상미술은 눈으로만 보면 금방 지나가는데, 작가의 생애와 연결해서 들으면 작품의 방향이 확 잡히거든요.
현장 오디오가이드는 유료 4,000원이고, 국문 내레이터는 손열음, 영문은 피터 빈트로 운영돼요. 기기를 대여할 수도 있고 모바일로 재생하는 방법도 있어서 생각보다 접근이 편했어요.
도슨트 전시해설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에 현장 선착순 20명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시간 맞춰 가면 꽤 도움이 돼요. 추상 회화가 낯선 사람일수록 이 구간에서 이해도가 확 올라가더라고요.
저는 이런 전시에서 해설을 들으면 작품이 갑자기 친근해지는 순간이 좋아요. 처음엔 막막했던 면과 선이, 작가가 왜 그렇게 쌓았는지 들으면 하나씩 자리 잡는 느낌이 있거든요.
특히 유영국은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산업화 시기를 다 통과한 작가라서 작품만 보면 놓치는 시대의 감도가 많아요. 해설을 같이 들으면 “아, 이건 단순한 산이 아니구나”가 더 분명해져요.
전시가 길고 작품 수도 많아서, 도슨트 없이 보면 중간에 힘이 빠질 수 있어요. 해설을 들은 뒤 다시 같은 작품 앞에 서면 아까 보이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선이 보이더라고요.
개막 초반이라 평일 오전에도 사람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붐빈다는 느낌보다, 각자 오래 서서 그림을 보는 분위기라 전시장 자체는 생각보다 차분했어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이 이런 대형 회고전에 강한 이유가 딱 보였어요. 작품 수가 많아도 흐트러지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더라고요.
만약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이나 금요일 늦은 오후를 노리는 편이 좋아 보여요. 야간개장까지 있으니 일정 맞추기도 괜찮고요.
관람 포인트와 놓치면 아쉬운 작품들
이 전시의 핵심 관람 포인트는 산을 “재현”이 아니라 “심상”으로 바꿔가는 과정을 보는 데 있어요. 처음엔 모양이 보이고, 나중엔 리듬이 보이고, 마지막엔 감정이 보이더라고요.
작품 수가 170여 점이라 다 보려면 체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유영국의 변화를 촘촘히 따라갈 수 있어요. 회화, 부조, 사진, 드로잉이 함께 있으니까 한 작가를 여러 매체로 읽는 재미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1957년의 산, 1958년의 계곡 같은 시기 작품들이 좋았어요. 강렬하면서도 묘하게 안정적이라, 전시 전체의 리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거든요.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건 전시 후반으로 갈수록 산이 밝아지고 부드러워진다는 점이었어요. 같은 산인데도 젊은 시절의 산과 말년의 산이 완전히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BTS RM이 소장한 작품 이야기도 빠지지 않더라고요. 젊은 관람객에게는 그 지점이 입구 역할을 하고, 미술 팬에게는 소장 맥락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좋은 건 “이해가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었어요. 산이라는 모티브가 분명해서 처음 추상미술을 보는 사람도 접근하기 쉬웠고, 익숙한 사람은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관람 포인트를 잡는 감각은 공연이나 전시나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흐름을 먼저 읽고 디테일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아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보고 나니, 산이란 게 꼭 실제 풍경일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어요. 누군가에게는 고집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억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기 안의 중심일 수 있잖아요.
벽면 설명도 꼭 한 번씩 읽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유영국이 48세 이후에 작업에 몰두했고, 42년 동안 그림을 이어갔다는 흐름이 보이니까 작품이 더 오래 남거든요.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산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이 뜬구름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삶을 버티는 방식에 더 가까운 문장처럼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전시는 예쁜 그림을 보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평생 붙잡은 형식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자리라고 느꼈어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다시 떠올리면 산보다 먼저 태도가 생각날 것 같아요.
관람 동선과 시간대 팁
전시장 규모가 큰 편이라 천천히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려요. 작품 수가 많아서 대충 훑는 관람보다는, 중간에 앉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각하고 가는 게 좋더라고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일정 붙이기에도 괜찮았어요. 점심 전후나 퇴근 시간대에 맞춰 움직이면 하루를 길게 쓰기 좋고, 무료 전시라 다시 들르기도 부담이 적어요.
개인적으로는 개막 초반의 사람 많은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작품 앞에 오래 서 있고 싶다면 조금 한산한 시간대가 더 잘 맞을 것 같아요. 평일 오전이나 야간개장 시간이 특히 괜찮아 보였어요.
전시를 다 보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대신 묘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날은 너무 빡빡한 일정보다, 주변에서 가볍게 쉬는 동선이 더 잘 맞더라고요.
가까이서 보면 붓질보다 색의 경계가 먼저 보이고, 멀리서 보면 다시 산의 윤곽이 살아나요. 그 거리감이 유영국 작품의 재미였어요.
그래서 사진으로 한 번, 실제 눈으로 한 번, 조금 떨어져서 또 한 번 보는 식으로 관람하면 훨씬 풍부해져요. 한 작품을 오래 보는 게 지루하지 않은 전시라 더 좋았고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가 좋았던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거예요. 산을 그린 전시인데, 결국은 사람의 태도와 시간까지 보게 되는 전시였다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는 무료인가요?
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에요.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서 평일 점심이나 퇴근 후에도 가볍게 방문하기 좋더라고요.
Q. 관람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작품이 170여 점이라 천천히 보면 꽤 오래 걸려요. 빠르게 봐도 1시간 30분 정도는 잡는 게 좋고,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까지 들으면 더 여유 있게 2시간 전후로 생각하는 편이 편했어요.
Q. 도슨트 없이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가능은 하지만, 도슨트나 오디오가이드를 같이 쓰면 훨씬 좋아요. 추상미술 특성상 설명을 들은 뒤에 다시 보면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 포인트는 뭔가요?
산이 점점 내면의 이미지로 바뀌는 흐름이에요. 처음엔 형태가 보이고, 나중엔 색과 리듬이 남고, 마지막엔 작가가 붙잡아온 삶의 태도까지 느껴져서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Q.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처음 보는 사람도 괜찮을까요?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잘 맞는 편이에요. 제목부터 모티브가 분명하고, 작품 변화도 단계적으로 보여줘서 추상미술 입문 전시처럼 읽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보고 나니, 산은 바깥 풍경만이 아니라 오래 버티게 해주는 내 안의 형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그 말을 그림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자리였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꼭 한 번 볼 만한 회고전이었어요.